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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조선] 日니가타, 전통 료칸 기행
  조회수 : 8177 2008-01-30 오후 4:01:57
  [SC 매거진] 日니가타, 전통 료칸 기행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일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첫 문장이다.

 명작의 배경이 되고 있는 니가타의 겨울은 과연 그의 간결하고도 함축적인 묘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도쿄 역을 출발한 신칸센 열차가 조모고겐 역을 지나 긴 터널을 막 빠져 나오자 하얀 눈 세상이 펼쳐졌다.

 순백의 설경이 펼쳐진 소설의 무대 니가타 유자와 지역은 '도심','급행열차'와는 확연히 다른 고즈넉함이 흐른다.

 그래서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한 채 푸근한 눈 세상에 칩거하고 싶어 하는 도쿄의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 료칸(여관)에 묵으며 느릿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가 하면 스키장을 찾아 설원도 누빌 수 있어 겨울 여정으로는 최적의 멀티 기행지가 된다.


료칸 - 스키 - 그리고 사케 …

류곤: 울창한 숲속 에도풍 분위기 고스란히 간직
다카한: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을 집필한 곳
혼진: 18대째 운영 … 영주들 숙박 장소로 유명


◇ 소설 '설국(雪國)'의 무대 니가타 유자와 지역은 겨우내 순백의 설경이 펼쳐진다.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 된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 설국의 매력이다.

 겨울철 눈이 4m씩 내리는 니가타는 물이 풍부한 고장이다. 그 생김이 혼슈를 꼭 빼닮은 니가타는 북서쪽은 동해를 접하고, 에치고, 미쿠니, 조신에쓰 등 거대 산맥과 맞닿아 있다. 때문에 해풍을 실은 습한 공기가 산악에 부딪치며 많은 눈이 내린다. 겨우내 내린 눈은 4~5월이면 녹아 일본에서 가장 긴 시나노 강을 통해 동해로 흘러 나간다. 최고의 밥맛을 자랑하는 '고시히카리' 쌀과 명주 '고시노캄바이'의 탄생 배경이 바로 니가타의 맑은 물이다. 니가타의 전통 료칸에서는 일본의 멋과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고즈넉한 여유 속에 '밥 그 자체가 반찬'이라는 고시히카리로 지은 밥과 니가타 청주를 함께 음미할 수 있다.

 ▶료칸 류곤(龍言)

 니가타의 대표적 료칸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울창한 삼나무 숲 속에 300여년이 넘는 사무라이 고옥을 이건, 개조해 고풍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등이 모두 에도 시대의 것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일본의 민속 박물관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따뜻한 말차를 마실 수 있는 응접실의 이로리 화로하며 객실과 복도에 걸린 고서화 하나에서도 전통이 느껴진다.

 눈덮인 정원은 일본 조경의 진수다. 연못에는 오리떼가 한가로이 노닐고 석상과 정원수의 아기자기한 배치가 돋보인다.

 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삼나무 숲 속 노천탕(노텐부로) 또한 일품이다. 한기를 이기며 뜨끈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자면 과연 휴식의 진수를 실감케 된다.

 료칸 류곤은 신칸센이 닿는 에치고 유자와 역에서 멀지 않다. 자동차로 15분 거리인 무이카마치 온천마을의 산자락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40년 전 문을 연 류곤 료칸의 이름은 본래 이곳에 '류곤지'라는 사찰이 있던 데에서 비롯됐다. 빼어난 풍치로 올해 NHK에서 방영될 드라마 '천지인'의 촬영지로도 선정됐다.

 류곤 료칸의 진수는 저녁식사인 전통 카이세키요리에 있다. 식전주로 시작. 회 튀김 등 정성스럽게 만든 10여 가지의 요리가 미각을 돋운다. 주로 지역의 제철 음식을 상에 올리는데, 유자와 지역은 바다와 산을 함께 아우르고 있어 예로부터 식재료가 풍부한 곳이다.

 특히 40년 동안 줄곧 류곤의 찬모로 일해 온 할머니의 우엉조림과 근처 이와나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숯불로 구워 상에 올리는 칠순 노파의 정성은 류곤의 자랑이기도 하다.

 여기에 고시노캄바이 등 니가타의 96개 양조장에서 빚은 미주까지 곁들이자면 결코 수라상이 부럽지 않다.

 긴 정찬을 즐기는 사이 다다미방에는 푹신한 이부자리가 마련 된다. 우리의 아랫목에 해당하는 '고다츠'에도 온기가 흐른다. 잘 덥혀진 탁자 밑에 발을 묻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눈내리는 겨울밤 정담을 나누기엔 고다츠가 그만이다.

밤 9시가 돠면 '딱딱' 목간을 부딪히는 소리가 복도에서 들려 온다. '히노요진!', 불조심을 외치는 노인의 음성이 마치 옛 통금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유독 목조건물이 많고 화로를 즐겨 쓰는 생활 습관으로 일본인들은 불조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료칸 다카한(高半)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는 평소 온천을 즐겨 찾았다. 몸이 허약했던 탓이다. 그중 한 곳이 1934년 묵었던 유자와 고원 아래의 다카한 료칸이다. 소설 속 주인공 시마무라가 온천을 자주 즐겼던 것처럼 가와바타도 다르지 않았다.

 '설국'은 주인공 시마무라가 게이샤인 고마코에게 끌려 흰 눈으로 덮인 온천장을 찾는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요코를 만나 시마무라와 고마코, 요코 간에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가와바타는 인간 심리의 섬세한 변화를 빼어난 문체로 풀어내며 전세계의 독자를 감동시켰다. 마침내 그는 이 작품으로 1968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설국의 집필처인 다카한 료칸은 당시의 자리에 그대로 서 있다. 건물은 손을 봤지만 2층 가와바타가 묵었던 방은 고스란히 재현해 두었다.

 료칸 인근에는 설국관도 문을 열어 가와바타의 친필 원고와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료칸 혼진(本陣)

 니가타의 대표적 료칸으로는 유자와 나에바 스키장 인근에 자리한 혼진을 꼽을 수 있다. 1610년문을 연 이래 18대째 운영하고 있는 전통 료칸이다. 혼진은 에도시대 영주들이 숙박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산킨 코타이' 일행을 영접했던 여관이다.

 산킨코타이는 도쿠가와 막부의 지방 영주 통제 수단 중하나다. 막부에서는 지방 영주들의 관리를 위해 영주의 가족을 볼모로 불러들이는 행사를 3년에 한 차례씩 치렀다. 1635년부터 시작된 산킨코타이는 1868년 메이지유신까지 230여년 동안 이어졌다.

 산킨코타이는 수행 행렬이 엄청나 큰 비용을 치러야 했다. 영주들은 허리가 휠 지경이었고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만한 군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혼진 여관 앞 미크니카이도는 니가타와 에도를 잇는 관문으로 중요한 유통로 였다. 일종의 산업 동맥으로 이 부락 전체가 산킨코타이를 맞는 숙박 타운이었던 셈이다.

 30 객실을 갖춘 혼진여관은 옛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품격 노천탕을 갖췄는가 하면 수시로 서화 전시회도 갖는다. 요즘은 지장보살을 테마로 한 유명 화가 '엣보'씨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영주가 묵는 방은 자객을 막기위해 특수 설계를 동원했다. 2층에 방을 두고 다다미를 2겹으로 까는가 하면 통풍구 등을 막아 자객 침입을 방지했다.

<출처> 2008년 1월 23일
http://sports.chosun.com/news/utype.htm?ut=1&name=/news/life/200801/20080124/81x14007.htm